원재는 "why fish don't exist." 직역하면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가? 인데, 의문이 아닌 술어로 번역한 이유는 좀 더 문학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왜' 로 시작하면 아무래도 좀 더 비문학적이고 과학적인 느낌이다.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 책이며, 최근에 읽은 총균쇠라는 책의 주제가 다소 무겁고 두께가 주는 폭력감이 있기에 조금 쉬어가자는 느낌으로 문학책을 좀 읽어보고자 했다. 그래서 접하게 된 이 책은 문학을 읽으려 한 내 의도와는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는 책이었다. 문학이면서 비문학적인 책. 오히려 내가 읽은 느낌은 비문학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그러고 보니 책의 화자의 이름이 나온적이 있던가? 룰루가 저자니까 룰루라고 하겠다.
어릴적 냉소적인 아버지, 언니의 학교폭력 등이 화자를 괴롭혔고, 자살까지 시도하였다. 이 후 과학 기자로 취업하여 독립했으며 우울한 삶을 살던 와중,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고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은 듯 했다. 하지만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저질러 헤어지고 만다. 또 다시 인생에 대한 좌절을 맞보게 된 룰루는 우연히 '데이비드 스타 조던' 이라는 과학자을 알게되었고, 큰 좌절을 겪었지만 어떻게든 극복해 내는 이 분류학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그의 삶을 따라가보며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하 조던)은 어린시절 지도를 만들거나 식물 , 꽃 등을 수집하여 모으고 정리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꽤 괴짜스럽다고 해야 할까? 평범하지 않은 어린 시절, 존경하던 형의 죽음으로 인해 큰 상실삼을 겪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운 좋게도 애거시 라는 분류학자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된다. 애거시는 "모든 생물체는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계층이 존재한다" 즉 사다리 이론을 주장했고 조던도 이것을 받아들였다. 다만 다윈의 종의 기원에 의해 이 주장은 무너지게 되고 애거시는 추락하지만 조던은 종의 기원을 받아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식물들은 지위가 정해져 있는 계층의 존재에 대한 추적은 계속 이어나갔다. 어쨋거나 물고기를 분류하는 쪽에 연구를 많이 하게 되었고, 미국 전역에 알려지게 된다. 스탠포드 부부에 관심을 받게 되어 결국 초대 스탠포드 총장이 된다. 계속 물고기를 연구하며 수집하고 분류해 나가던 중에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 자신이 연구한 대부분의 것들을 잃게 된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시 바로 수집과 연구를 이어나가는 조던에 대하여 깊게 매료된다. 첫번째 부인을 잃고 상심하지만 다시 재혼하는 일이나, 스탠포드 재단장의 부인을 독살하면서까지 총장자리를 유지하려는 그의 야심이나 철학은 대단해 보인다. 여러가지 악재로 인해 총장 자리를 물러나게 되나, 좌절을 극복하는 것에 재능이 있는 조던은 우상학이라는 학문을 접하게 되며 심취하게 된다. 우상학이란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는데, 간략하게 요약하면 열성 생명체가 더이상 출생되지 않도록 좋지 않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 불임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 행위들이 법적으로 지원을 받았던 역사가 있었던 것이 정말 흥미로웠다. 룰루는 이 책에서 우상학에 대하여 얼마나 최악인지를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 준다.
지금까지 서술한 내용이 이 책의 대략의 줄거리 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가지고 있는 그릿, 포기하지 않는 정신에 대한 존경과 추적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우상학으로 빠지게 되는 과정을 재미있게 잘 표현한 책인거 같다. 현시대의 시점으로 봤을 때 우상학이 얼마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는지를 잘 알려주기도 한 책이다. 조던의 낙천적인 성격, 때로는 그 성격이 지나치면 과욕으로 변해 스스로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부분도 감명깊었다. 자기기만 이라는 건 적당하면 꽤 괜찮을 결과를 만들어 내지만, 조던처럼 스스로 무너질 수 도 있는 것이다.
책에서 또 중요하게 이야기 하는 내용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프레임으로는 물 속에 살면 다 물고기 인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해부학적 분류학적으로 보면 물고기중에는 오히려 소와 가까운 페어 라는 종이 있다라는 것이다. 물에 산다고 물고기가 아닌 것이다. 어떤 것이든 자세하고 깊에 관찰하여 편견에 빠지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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